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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한줄] 가난은 틑어진 팔꿈치가 아니라 그게 신경쓰이는 마음 인거야.
    오늘의기록 2020. 10. 3. 00:37

    가난은 튿어진 팔꿈치가 아니라 그게 신경 쓰이는 마음이래요 

    햇빛샤워 中 - 장우재

     

     

    요즘엔 왓챠에 흠뻑 빠져 살고 있다. ( 전엔 한참 넷플릭스에 빠져 살았다 ) 

    왓챠에 1950년대 영국 조산사 이야기를 담은 콜더미드와이프 Call the Midwife [midwife = 조산사]를 보던 중 이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 자신이 위험에 처한 걸 모르나요?

     

    신부 - 그들은 평생 폭력이나 굶주림, 질병에 노출돼 있어요. 그렇게 살아 보지 않았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죠 

     

    주인공 - 이스트 엔드에서 일해서 가난이 뭔지는 알아요

     

    신부 - 그렇지 않을 겁니다. 가난은 좁은 집, 더러운 옷, 많은 식구 수 따위가 아니에요. 존중이나 사랑을 받아 보지 못할 걸 말하는 거죠. 사랑과 학대의 차이를 아는 것과는 상관없어요. 사랑 없는 잠자리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 거죠.

     

    주인공 - 죄송해요. 제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시겠죠.

     

    신부 - 간호사님은 운이 좋은 것뿐입니다.  그걸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 


    나는 다행히도 집안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사회에 나오고 나서야 알았다.

     

    저소득층 급식지원을 받는다며 반 아이들 앞에서 설문조사를 할 때도 그다지 창피하지 않았고,

    친구들이 그 흔한 나이키나 아디다스 신발을 1년에 한두 번은 바꿔도 3만 원짜리 운동화가 부끄럽지 않았고,

    노스페이스 바막이 한참 유행할 때에도 친척 언니 져지를 입은 내가 창피하지 않았다.

    방학 시작 전엔 완득이가 받았던 것처럼 학교에서 우유 한 박스를 받아 신나게 들고 와 교회에 기부를 했다. 

     

    그렇다고 요새 초등학생들이 사전조사를 하듯이 아파트에 사니? 빌라에 사니?라는 질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세니? 자가니?라는 질문이 없었을 뿐.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에 맞는 비교하고 구별 짓는 질문들은 아이들 사이에서 늘 존재했다.

    단지 그게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다. 

     

    아파트가 뭐가 더 좋지? 한 번도 아파트에 안 살아봐서 모르겠는데 난.

    나이키 운동화가 뭐? 똑같은 하얀색 운동환데.

    노스페이스가 뭐? 같은 검은색 잠반데.

     

     

    나는 지불능력으로 상대방을 구별한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딱 한번. 친구 집에 놀러 가서 같이 먹은 저녁 메뉴는 나를 마치 이 세상에 없는 것처럼 만들었다.

    놀라웠다 그날 먹은 새싹비빔밥이라는 것은 말이다. 나는 살면서 비빔밥은 집안에 있는 반찬을 다 때려 넣어 만들거나, 좀 고급지게 먹는다고 하면 식당에 가 천 원 더 비싼 돌솥비빔밥을 먹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새싹을 비빔밥에 넣어서 먹지? 아니 애초에 새싹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난생처음 들어보지도 못한 음식명은 그 친구가 매일같이 자랑하던 러브캣 또는 버버리 지갑 따위와는 달랐다. 

    그 새싹 비빔밥 따위가 나를 가르치려는 듯한 느낌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 가난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시선 따위다. 내가 아프고 힘들도 지친 것보다도 그런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죽여가는 것이다. 내가 새싹비빔밥이 뭐지 신기해하는 것보다, 신기해하는 나를 보는 친구와 친구 부모님의 시선 때문 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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